'위화'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7/10/30 형제,위화(휴머니스트,2007.06) (2)
  2. 2007/10/24 인생,위화(푸른숲,2007.06)
  3. 2006/03/07 허삼관 매혈기(푸른숲, 2000) (2)

 

책을 읽는 내내 무엇을 떠올리며 읽는 버릇이 생겨서 (집중력 부족인가 -_-?)
'허삼관 매혈기'를 읽을 때는 무대에 나타나고 사라지는 배우들이 함께 했고,
'인생'을 읽을 때는 '대지'(펄벅)의 스토리텔링이 뒤섞이고,
'형제'를 읽을 때는 '녹정기'의 위소보가 뛰쳐나와 깔깔거렸다.

십 년만에 공백을 깨고 나온 소설이라 기대도 컸지만
위화의 전작에 비해 다소 실망스런 부분이 없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3권이라는 긴 호흡에는 조금 산만하다는 생각도 ...

하지만 위화라는 작가는 적어도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그것을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비교적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 같다.

'형제'를 읽으면서 세대간의 역사적 간극과 빈부, 가치관, 환경에 따른 현실적 간극에 대해
사유하고 느낀 바 조금이라도 있으니 그 가치는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귀가 후 컴퓨터와 티비가 없는 방 안에서도
지루하지 않게 지낼 수 있게 도와준 '이광두'에게도 감사를.

예스24 : http://www.yes24.com/Goods/FTGoodsView.aspx?goodsNo=2605827&CategoryNumber=001001017001004
   

Posted by 웅~ 트랙백 1 : 댓글 2


위화가 들려주는 잔잔한 이야기는 언제나 우주 최강이다.

술을 마시면 새벽잠을 설치는 습관이 있어서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뒤척이다가,

에라 책이나 보자 ~ 하며 마지막 부분까지 읽어버렸다.

줄거리는 이렇다.

이야기는 농촌으로 민요를 수집하러 간 ‘나’에게 늙은 농부 푸구이가 자신의 과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부유한 지주의 외아들이었던 푸구이는 전문 도박꾼 룽얼에게 걸려들어 하룻밤 만에 전 재산을 잃고, 초가집에 사는 농사꾼 신세로 전락한다. 단 한순간에 모든 것이 바뀐 그날 이후 푸구이는 운명과의 장난 같은 줄다리기, 늘 끌려 다니기만 하는 불공평한 줄다리기를 시작하게 된다.
성안에 의원을 부르러 갔다가 얼떨결에 국민당군에 끌려간 그는 2년 동안 전쟁터를 전전하다가 해방을 맞아 집에 돌아온다.
돌아와 보니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셨고, 딸 펑샤는 벙어리에 귀머거리가 되어 있다.
그 즈음 진행되던 토지 개혁 과정에서 자신에게 빼앗은 땅으로 부자가 되었던 룽얼이 공개 처형되자, 푸구이는 사는 것도 죽는 것도 다 운명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1958년 인민공사가 성립되면서 마을 사람들은 집 안의 솥까지 빼앗긴 뒤 공동 식당에서 밥을 먹게 되지만, 식량은 곧 바닥이 나고 홍수까지 겹쳐 최악의 기근이 찾아든다.
그 와중에도 마을에서는 강철을 만든다며 쇠붙이를 녹일 길지를 찾는데, 풍수 선생과 아내 자전의 인연으로 푸구이는 또 한 번 모든 것을 잃을 뻔한 위기를 넘긴다.
시름시름 앓던 자전은 불치병 진단을 받고 푸구이와 펑샤는 고된 노동에 지쳐갈 무렵, 아들 유칭이 출산 중인 현장 부인에게 수혈을 해주다 의사의 무지로 어처구니없이 죽고 만다. 아들을 죽게 한 현장이 옛 전우 춘성이란 걸 알게 된 푸구이는 “자네는 나한테 목숨 하나를 빚진 거라네. 다음 생에서 꼭 돌려주게나” 하며 아들을 조용히 가슴속에 묻기로 한다.
문화대혁명이 시작되고, 펑샤는 머리가 한쪽으로 기울어진 신랑 얼시를 만나 행복한 결혼 생활을 시작한다.
성안으로 딸 부부를 보러 갔던 푸구이는 조리돌림을 당하던 춘성을 구하지만, 얼마 후 춘성은 푸구이 부부의 간곡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끊는다.
펑샤의 임신 소식에 기뻐하던 것도 잠시, 아이를 낳던 펑샤는 유칭이 죽은 바로 그 병실에서 죽음을 맞고 곧이어 자전도 훌륭한 남편, 착한 아이들과 살았던 한평생에 흡족해하며 눈을 감는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하는 법. 푸구이는 다시 사위 얼시, 손자 쿠건과 오순도순 그런대로 괜찮은 일상을 꾸려간다.
그러나 착한 사위 얼시도 운반 일을 하다가 시멘트 판에 끼어 끔찍한 죽음을 맞고, 하나 남은 쿠건마저도 갑자기 콩을 너무 많이 먹는 바람에 허망하게 죽고 만다.

착하디 착한 아들 유칭이 출산중인 현장 부인에게 수혈을 해주다 죽는 장면은

정말 울컥해서 책을 던져버리고 싶었다.

뭐 이래 ~~~  으 ~ 젠장할 것.

해방 전후부터 약 40년간의 중국 역사를 가혹하다는 의식조차 없이

묵묵히 살아낸 중국 민초들의 삶, 푸구이의 마지막 말은 이렇다.

"내 한평생을 돌이켜보면 역시나 순식간에 지나온 것 같아. 정말 평범하게 살아왔지.
아버지는 내가 가문을 빛내기를 바라셨지만, 당신은 사람을 잘못 보신 게야.
나는 말일세. 바로 이런 운명이었던 거라네.
젊었을 때는 조상님이 물려준 재산으로 거드름을 피우며 살았고, 그 뒤로는 점점 볼품없어졌지.
나는 그런 삶이 오히려 괜찮았다고 생각하네."

음 ...

사람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위해 살아가지,
그 이외의 어떤 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내가 고상한 작품을 썼다고 생각한다는 작가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나와 운명과의 우정을 생각하고 있었다.
Posted by 웅~ 트랙백 0 : 댓글 0

시간이 날 때마다 짬짬이 읽은
혼자 빙긋 웃다가 가슴 짠해 슬퍼하기도 하고 ...

오랫만에 정성들여 읽은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중에
가장 좋아하는 부분을 옮깁니다.


이날 밤, 식구들이 모두 침대에 누워 있을 때 허삼관이 아들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이 지금 제일 하고 싶은 게 먹는 거라는 거 나도 안다. 밥에다 기름에 볶은 반찬 ...... 고기며 생선이며 하는 것들이 먹고 싶겠지. 오늘이 내 생일이니까 너희들도 같이 즐거워야겠지. 설탕을 먹었어도 뭔가 또 먹고 싶다는 거 내 안다. 뭐가 또 먹고 싶으냐 ? 까짓 내 생일인데 내가 조금 봉사하지. 내가 말로 각자에게 요리 한 접시씩을 만들어 줄 테니 너희들 잘 들어라. 절대 말을 하거나 입을 열면 안 된다. 입을 열면 방귀도 못 먹는다구. 자 다들 귀를 쫑긋이 세우고. 그럼 요리를 시작하지. 뭘 먹고 싶은지 주문부터 해야지. 하나씩 하나씩, 삼락이부터 시작해라. 삼락아 뭘 먹고 싶니?"

"옥수수죽은 다시는 마시고 싶지 않아요. 밥을 먹고 싶어요."

"밥은 있는 걸로 하고, 요리 말이다."

"고기요."

"삼락이는 고기가 먹고 싶단 말이지. 자 그러면 삼락이에게는 홍소육 한 접시다. 고기에는 비계하고 살코기가 있는데, 홍소육이면 반반 섞인 게 제일 적당하지. 껍데기째로 말이야. 먼저 고기를 썰어서 손가락만큼 굵게, 손바닥 반만큼 크게 ...... 삼락이에게는 세 조각을 ......"

"아버지, 네 개 주세요."

"그럼 삼락이에게는 고기를 네 조각 썰어서 ......"

"아버지, 하나만 더 썰어 주세요."

"넌 네 개만 먹어도 배가 꽉 찰 거야. 너 같은 꼬마가 다섯 개를 먹으면 배 터져 죽는다구. 자 우선 고기를 끓는 물 속에 넣고 익히는데, 이때 너무 익히면 안 돼요. 고기가 익으면 꺼내서 식힌 다음 기름에 한 번 볶아서 간장을 넣고, 오향을 뿌리고, 황주를 살짝 넣고, 다시 물을 넣은 다음 약한 불로 천천히 곤다 이거야. 두 시간 정도 고아서 물이 거의 쫄았을 때쯤 ...... 자 홍소육이 다 됐습니다. "

허삼관은 아이들의 침이 꼴깍 넘어가는 소리를 들었다.

"뚜껑을 여니 고기 냄새가 코를 찌르는구나. 자 젓가락을 들고 고기 한 점 집어 입에 넣고 ......"

허삼관은 침 삼키는 소리가 갈수록 선명해지는 것을 느꼈다.

"삼락이 혼자 삼키는 소린가 ? 내 귀에는 아주 크게 들리는 것이 일락이, 이락이도 침을 삼키는 것 같은데? 당신도 침을 삼키는구먼. 잘 들으라구. 이 요리는 삼락이한테만 주는 거라구. 삼락이만 침을 삼키는 것을 허락하겠어. 만약 다른 사람이 침을 삼키면 그건 삼락이의 홍소육을 훔쳐먹는 거라구. 다른 사람들 요리는 나중에 만들어 줄 테니까 그러지들 말라구. 먼저 삼락이가 먹게 하고, 나머지 사람들 요리는 따로 만들어 줄게. 삼락이 잘 들어라 ...... 한 점을 입에 넣고 씹으니까 맛이 어떠니? 비계는 느끼하지 않고, 살코기는 보들보들한 것이 ...... 내가 왜 약한 불로 곤 건지 아니 ? 맛이 완전히 스며들게 하기 위해서야. 삼락이의 홍소육은 ...... 삼락아, 천천히 먹도록 해라. 자 다음은 이락이. 넌 뭘 먹고 싶니 ?"

"저도 홍소육요. 전 다섯 개 썰어 주세요."

"좋았어. 이락이에게는 다섯 점을 썰어서 살코기와 비계를 반반으로, 물에 넣고 삶은 다음, 식혀서 다시 ......"

"아버지, 형하고 삼락이가 침 삼켜요."

"일락아."

허삼관이 꾸짖었다.

"아직 네가 침 삼킬 차례가 아니잖아."

그러고는 요리를 계속했다.

"이락이 고기 다섯 점을 기름에 볶아서, 간장을 뿌리고, 오향을 ......"

"아버지, 삼락이가 아직도 침을 삼켜요."

"삼락이가 침 삼키는 건 자기 고기를 먹는 거야. 네 고기가 아니잖아. 네 고기는 아직 다 안 됐잖니 ......"

허삼관은 이락이의 홍소육을 만들어 준 다음 일락이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다.

"일락이는 뭘 먹을래 ?"

"홍소육요."

허삼관은 기분이 약간 상했다.

"세 놈이 죄다 홍소육을 먹겠다니 ...... 왜 좀더 일찍 말하지 않고. 일찍 말했으면 한꺼번에 만들잖아. 그러면 한 번에 끝나고 ...... 자, 그럼 일락이에게 고기 다섯 점을 썰어서 ......"

"전 여섯 점 주세요."

"일락이에게는 여섯 점을 썰어서, 고기와 비계를 반반으로 ......"

"고기는 빼 주세요. 전부 비계로 해 주세요."

"반반으로 해야 맛있는 거야."

"전 비계만 먹고 싶어요. 고기에 살이 하나도 없는 걸로 먹고 싶어요."

이락이와 삼락이도 함께 소리쳤다.

"우리도 비계를 먹고 싶어요."

허삼관은 일락이에게 비계로 된 홍소육을 만들어 준 뒤 허옥란에게 붕어찜을 요리해 주었다. 붕어에다 훈제 고기, 생강, 버섯을 함께 넣어 소금을 살짝 바르고 황주를 뿌린 뒤 잘게 썬 파를 얹어서 한 시간 정도 익힌 후에 뚜껑을 여니 맑은 향기가 방 안에 가득히 ......
허삼관이 눈에 선하게 만들어 낸 붕어찜은 방 안 가득히 침 넘어가는 소리를 자아냈다. 그러자 허삼관이 아들들을 꾸짖었다.

"이건 너희 엄마를 위해서 만든 건데, 너희들은 침을 왜 삼켜? 고기를 그렇게 많이 먹었으면 이젠 자도록 해라."

마지막으로 허삼관은 자기가 먹을 돼지간볶음을 만들었다.

"돼지 간을 먼저 잘게 썰어서, 아주 작게 썰어 가지고 사발에 우선 담은 다음, 소금을 뿌리고 얼레짓가루를 입힌다고. 얼레짓가루가 돼지 간을 신선하게 유지시켜 주거든. 그 다음에 황주 반 잔을 뿌리는데, 황주는 돼지 간 냄새를 없애 준다고. 그리고 파를 잘게 썰어 얹고나서 솥의 기름이 충분히 데워져 김이 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돼지 간을 기름에 넣고 한 번, 두 번, 세 번 뒤집어 ......"

"네 번, 다섯 번, 여섯 번 ......"

일락, 이락, 삼락이가 허삼관을 따라서 계속 볶아 대자 허삼관이 아들들을 말렸다.

"안 돼. 세 번만 뒤집으면 된다구. 네 번부터는 굳어진단 말이야. 다섯 번부터는 질겨져서 여섯 번 볶으면 이젠 씹을 수조차 없게 된다구. 세 번만에 간을 끄집어 내서 천천히 먹기 시작한단 말씀이야. 황주 두 냥을 따라서 먼저 한 모금 마시면, 술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갈 때 뜨거운 기운이 확 느껴지는 게 마치 뜨거운 수건으로 얼굴을 씻을 때처럼 후끈하단 말씀이야. 에에, 이 황주는 또 장을 깨끗이 씻어 주는 역할을 하지. 그러고 나서 젓가락을 들어 돼지 간 한 점을 집어다가 입에 넣고 ...... 카, 이게 바로 신선놀음이로구나 ......"

방 안은 군침 도는 소리로 가득했다.

"이 돼지간볶음은 내 요리다. 일락이, 이락이, 삼락이, 그리고 당신까지 다들 내 요리를 훔쳐먹고 있는 거라구."

허삼관이 기분 좋게 큰소리로 웃어 댔다.

"그래, 오늘은 내 생일이니까 ...... 자, 다들 내 돼지간볶음 맛을 보라구."


Posted by 웅~ 트랙백 0 : 댓글 2